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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고문]분식회계 형사면책의 의미[중앙일보 칼럼 2006-12-20] 관리자 2007/02/08 10100
지난 18일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과거 분식회계를 바로잡은 기업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 형사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관련 기업들의 10년 묵은 체증을 한번에 뚫어주는 소리라 할 수 있다.

과거 분식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제정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이는 수년 또는 십수년간 누적된 분식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할 수 있어도 과거 범죄 사실을 고백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해 법 제정 시부터 분식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2조원 이상 되는 기업만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가, 그나마 법 시행 후 3개월 만에 그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분식회계 가능성이 높은 자산 2조원 미만의 상장사 및 코스닥 등록법인들도 내년 초부터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면서 과거 분식은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결국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난제는 풀고 가겠다는 법무부 장관의 의지는 이들에게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증권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팽창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운용 면에서는 허점들 또한 많았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분식회계다. 분식회계는 투자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재무상태를 알려줌으로써 실제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도록 하는 사기적 행위다. 따라서 분식회계가 만연하는 한 증권시장의 발전은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하다. 즉 분식회계는 증권시장의 성장과 국가경제발전에 암적인 존재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그 책임을 전적으로 기업들에만 떠넘기는 것 또한 문제다. 분식회계 이면에는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그리고 차입경영을 통한 고도성장의 그늘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점차 꺼져가고 있는 경제현실을 고려해 볼 때 바림직한 조치임은 분명하다. 또한 지난해부터 법무부가 준비해온 상법 개정 작업과 관련해서도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이미 입법예고된 상법개정안은 경제 현실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특히 이중대표소송, 회사기회이용금지, 집행임원제 도입 등과 같은 개정안은 우리 경제 현실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김 장관이 천정배 전 장관과는 달리 이러한 소리에도 귀를 귀울여 재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한 상법개정안 쟁점 조정위원회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MD)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02년 26위에서 2006년 47위로 크게 하락했고, 일본과의 경제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서도 최근 나온 바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실로 절망적인 상황이다.

김 법무부 장관이 한 모임에서 "기업의 사기를 살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발언이라고 해석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경제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기업의 경영효율성을 보장하는 입법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자 노력하는 정부 당국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

국가경제의 발전은 기업만의 몫은 절대 아니다. 국민은 물론 정부의 몫도 크다. 3자 모두 이를 인식하고 서로 함께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과